[Something of developer]#1 개발자의 스노비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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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의 스노비즘
스노비즘(snobbism)이란? 한국어로 직역하면 속물근성이지만,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많기 때문에 섣불리 정의하기 힘들다. 하지만 해당 아티클에서는 지적허영심에 큰 비중을 둬 해당 단어를 사용할 생각이다.
스노비즘이란?
먼저, 해당 글을 이해하려면 스놉(snob) 혹은 스노비즘(snobbism)에 관하여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
스노비즘은 남들보다 자신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어떠한 본질에 관심이 없지만, 남들에게 보여지는 나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며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다음은 스노비즘을 가진 사람의 자기소개이다.
“나는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이며,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작품을 이해해 남들보다 우월한 사람이다. 나는 전시회도 가며 예술영화도 즐겨본다.”
느낌이 좀 오지 않는가?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면, 자연스레 눈살이 찌푸려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해야할 것이 있다. 그것 또한 스노비즘이다.
개발자에게 스노비즘이란
그래, 너 말은 알겠어. 스노비즘이 뭔지도 알겠고, 근데 그게 개발자랑 무슨 상관인 건데?
개발자라면 알고 있을만한 더닝크루거 효과를 알고있는가?
우리가 얘기해볼 것은 저 우매함의 봉우리에 대하여다.
개발자라면 누구나 겪는 개발 중2병이 있다. 그것이 바로 우매함의 봉우리인데, 본인이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라고 생각하는 병이다.
많은 것을 놓치고 있어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그저 착각일 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나도 개발 2년차에 접어들면서 개발 중2병을 겪었다. 주변 개발자들의 코드를 보며 속으로 쯧쯧, 이렇게 짜면 어떡하나..라고 생각하고, 그 깊이를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개발 스노비즘의 예시
어느 사무실 안.
A: 제 생각에는 이거 이렇게 해결하면 될 것 같아요.
B: 음.. 내 생각에는 좀 다른데? 내가 이거 해봤는데 , 어떤어떤 툴 쓰면 금방 해결돼 ㅋ
A: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6개월 뒤, 사무실은 난리가 났다.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에러로 서비스에 장애가 난 것이다.
위의 사례를 보자, 지금까지 글의 문맥을 파악하며 읽었다면, B라는 사람이 스노비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넘치는 자신감을 갖고 기술에 대한 정확한 검증도 없이 사용한 것이다. 왜냐고? 난 다 알고 있으니까
스노비즘을 극복하자
스노비즘이 나쁜 건 알겠고, 그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미안하지만, 극복하는 최고의 방법 같은 건 없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들은 존재한다.
- 모르는 것을 인정하자
- 모르는 것을 아는 사람이야 말로 발전하는 사람이다. 모르는 것을 인정함으로 배움은 시작된다.
- 자기 합리화는 하지말자
- 본인이 스노비즘에 빠진 걸 모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기합리화를 한다는 것이다. 보통, 난 올바른 선택을 했는데 ~~~라서 안된거야. 라고 한다.
- 객관적으로 바라보자
- 어떤 것을 결정할 때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바로보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의 주관은 최대한 빼고 결정하자.
세 가지를 지키며 개발하다보면 절망의 계곡에 빠지는 때가 온다. 그때를 잘 잡아서 본인의 기회로 만든다면, 개발 실력을 급속도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스노비즘의 좋은 점
스노비즘에게 미안한 감정이 조금은 든다. 지금까지 너무 안 좋은 점만 얘기해서 좋은 점도 얘기할 차례가 된 것 같다.
사실 스노비즘에게도 좋은 점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본인의 스노비즘을 채우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다. 대다수의 스노비즘인(人)들은 구글 검색 몇 번 해보고 자신의 스놉을 채운다.
그러다 하나가 마음에 든다면, 그걸 계속 파는 것이다. 스놉짓을 하기 위해서.
거기에 빠져 공부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든다. “아 내가 모르는 것이 많구나”. 그 지점 부터는 스놉짓을 그만두고 본인의 무지를 알고 안정하게 될 것이다. 그 시점에서 공부한 것은 그대로 남고 나의 자산이 된다.
나 또한 이렇게 스놉짓을 그만 둘 수 있었고, 스놉짓을 하기위해 한 공부는 많은 것을 나에게 주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또 다른 더닝크루거 효과
에 빠졌을 지도 모르겠다.
마치며
이 아티클의 재밌는 점이라고 한다면, 이 아티클 또한 스노비즘 이라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스노비즘을 까는 스놉짓을 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평소 스노비즘이라는 단어만 알고 있다가 어떤 책을 읽어 스노비즘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 이거 나도 이랬는데?” 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며칠동안 머리속으로 해당 아티클의 내용을 생각해 글을 적어보았다. 원래는 개발자의 육하원칙이라는 글을 쓰려 했다가 이 아티클을 먼저 쓰고 싶어 그냥 먼저 쓰는..
Something of developer
시리즈라고 이 시리즈를 명명하고 싶다. 이 시리즈는 총 3개의 아티클로 이루어져 있고 그 아티클들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 개발자의 스노비즘
- 개발자의 육하원칙
- 개발자의 토론하기
세 아티클 모두 코드 한줄 없으며, 각각의 주제에 대하여 개발자 관점에서 서술한 글을 쓸 것이다. 세개의 주제가 나에게 부족한 것이니 한 번 더 리마인드 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고, 아직 이런 류의 글이 없는 것 같아서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어떤 책의 한 부분을 인용하고 싶다.
마니아라는 자의식이 대상에 대한 애착보다 크면 그건 스노비즘이니까요……스노비즘은 생존 전략입니다! 자신을 부풀리지 않으면 이 무시무시한 세상에서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스노브들은 가장 기본적인 생존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것입니다. …… 자신이 스노브라는 것을 인정하면 스노브들의 허세는 줄어들고 생산성은 높아집니다. 우리가 다른 스노브들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우리의 자존심이 긁힐 가능성도 낮아집니다. 결국 공존과 자기 인정이 일차적인 해답입니다.
- 스크린 앞에서 투덜대기 (듀나 저)